| 1 | 그런데, 이제 나보다 어린 것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었구나. 그 아비들은 내 양떼를 지키는 개들과도 함께 있을 수 없다고 여겼었는데... | |
| 2 | 그들의 맥이 다 빠져 버렸는데 그 손의 힘이 나에게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? | |
| 3 | 먹지 못해 굶주려 말라 비틀어지고 메마른 흙이나 씹으며 거친 들을 파먹고 | |
| 4 | 덤불 속에서 자라는 짠나물과 대싸리 뿌리로 겨우 연명하며 | |
| 5 | "도둑이야" 하는 고함소리로 쫓기는 도둑처럼 인간세상에서 쫓겨 나는 그들, | |
| 6 | 급류에 팬 골짜기 벼랑에나 몸을 붙이고 땅굴이나 바위 틈에 숨어 살면서 | |
| 7 | 떨기나무 속에서 울부짖고 가시나무 밑에 웅크리고 있던 | |
| 8 | 이름도 없는 바보 같은 것들, 회초리에 몰려 제 고장에서 쫓겨 나더니... | |
| 9 | 이제 내가 그것들의 조롱거리가 되고 비웃으며 수군거리는 대상이 되었구나. | |
| 10 | 보기 싫어 가까이하려고도 아니하고 거리낌없이 내 앞에 침을 뱉으며 | |
| 11 | 나의 활시위를 풀어 버리고, 나를 들볶으며 굴레벗은 말처럼 덤벼드네. | |
| 12 | 천한 무리가 내 오른쪽에서 들고 일어나 나의 앞에 저승길을 터놓는구나. | |
| 13 | 내 앞길을 파헤쳐 나를 망치는데도 그들을 막을 사람이 없네. | |
| 14 | 성벽을 허물며 밀려 드는 적군과 같고 덮쳐 오는 폭풍과도 같구나. | |
| 15 | 갑자기 쏟아지는 이 두려움에 나의 영광은 바람에 불려 가듯이 사라지고 나의 행복은 구름처럼 날려 갔네. | |
| 16 | 이제 나의 넋은 모두 쏟아지고 괴로운 나날이 나를 사로잡는구나. | |
| 17 | 밤이면 도려 내듯이 내 뼈를 쑤셔 대는데 그 쓰라림이 잠시도 멎지를 않네. | |
| 18 | 누군가 나의 옷을 세차게 잡는구나. 나의 옷깃을 휘어 잡아 | |
| 19 | 수렁에 내던져서 마침내 이 몸은 티끌과 재가 되고 말았네. | |
| 20 | 내가 당신께 부르짖사오나 당신께서는 대답도 없으시고 당신 앞에 섰사오나 보고만 계십니다. | |
| 21 | 당신은 이다지도 모진 분이십니까? 손을 들어 힘껏 나를 치시다니. | |
| 22 | 나를 번쩍 들어 바람에 실어 보내시고 폭풍에 휘말려 사라지게 하시다니. | |
| 23 | 아, 어찌 모르겠습니까? 당신께서 나를 죽음으로 이끌어 가시리라는 것을. 모든 산 자가 모여 갈 곳으로 데려 가시리라는 것을. | |
| 24 | 이렇게 빠져 들어 가면서 그 누가 살려 달라고 손을 내뻗지 않으며 절망에 빠져서 도움을 청하지 않으랴! | |
| 25 | 고생하는 자들을 위하여 내가 울지 않았던가?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내가 괴로와하지 않았던가? | |
| 26 | 좋은 날을 기다렸더니 재난이 닥치고 빛을 바랐더니 어둠이 덮쳤네. | |
| 27 | 속은 쉬지 않고 부글부글 끓고 괴로운 나날이 앞길에 도사리고 있구나. | |
| 28 | 햇빛에 타지도 않은 몸이 이렇게 새카맣게 되어 사람들 모인 가운데 일어나서 도움을 청하는 신세가 되다니... | |
| 29 | 나는 승냥이의 형제요 타조의 벗이 되고 말았는가! | |
| 30 | 살갗은 까맣게 벗겨지고 뼈는 지글지글 타오르는데 나의 수금은 장송곡이나 울리고 나의 피리는 통곡소리나 만족하게 되었구나. | |